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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12:57:07)
한국에서 온 입양아 출신의 테오(22)씨는 고교에서 라크로스 대표 선수로 활약할 만큼 건강한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18세 생일을 맞기 직전 라크로스 경기를 하던 도중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뒤 희귀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건장한 그를 쓰러뜨린 혈액암을 극복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은 오직 골수 일치자로부터 이식을 받는 것뿐이나 입양아 출신으로 생물학적 형제가 없는 그에게는 오로지 골수 일치 가능성이 높은 한인 기증자가 나타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급성 백혈병으로 수년째 투병 중인 한인 이봉열(58)씨는 아이들이 어릴 적이던 지난 1997년 부인을 백혈병으로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네 자녀의 아버지인 이씨는 오늘도 매일 위험수치를 오르내리는 백혈구 수치와 싸우며 골수 일치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백혈병, 골수암, 림프종 등 난치병과의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인들의 스토리다. 이들은 국적과 거주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모두 가장 절실하게 기다리는 것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유전학적으로 골수 일치 가능성이 높은 한인들의 골수 기증을 받아 골수 이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일’인 골수 기증에 대한 한인들의 참여는 매우 부족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가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전미골수기증협회(NMDP) 자료에 따르면 NMDP에 등록된 골수기증 등록자 수는 약 900만명으로 이중 70%는 백인이며 아시안의 수는 7%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시안 중에서 한인 등록자는 6만8,000여명으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내 한인 인구를 대략 200만으로 보면 겨우 3%만이 골수 기증 등록에 참여한 셈이다.

현재 미 전국에서 이처럼 불치ㆍ난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며 골수 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한인 환자들은 상당히 많지만 그 숫자가 정확히 파악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LA 소재 아시안골수기증협회(A3M)가 파악하고 있는 한인 환자들은 이씨와 테오 등을 포함 8~10명 정도다.

한인이 백혈병 등 혈액 관련 난치 질환에 걸려 골수 기증이 필요로 할 때 유전적으로 한인 중에서 일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환자들이 골수일치자를 찾을 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등록된 한국인들의 데이터를 조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골수 기증 등록인 수도 20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타인종과 타민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등록률로 골수 기증을 제때 받지 못해 생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인들이 유난히 골수 기증 등록에 주저하는 이유는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A3M 조형원 한인커뮤니티 코디네이터는 “여전히 많은 한인들은 아직도 골수 기증 등록을 하는 데에도 피나 골수를 뽑아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골수 기증 등록은 간단한 구강세포 채취로 5분만에 가능하다”며 “실제 골수 일치자가 나와 골수 기증을 하게 될 경우도 최근에는 말초혈액 줄기세포(PBSC) 기증법이 나와 헌혈처럼 팔에 주사바늘만 꽂고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강세포 채취를 통해 골수기증 등록을 마치면 실제로 골수 기증을 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구강세포 검사를 통해 기존의 환자와 골수일치 가능성이 높은 등록자는 혈액검사 등의 정밀검사를 거쳐 일치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골수가 일치한다고 최종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희망자의 신체 상태에 따라 기증 여부가 결정된다.

조씨는 “약간의 시간과 용기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은 바로 골수 기증 등록뿐”이라며 많은 한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골수 기증 등록을 하려면 아시안골수기증협회(213-625-2802 ext. 116)에 문의해 무료로 구강세포 채취 키트를 신청하면 된다.


<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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