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니스트 : | 연주영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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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지 : | 한국일보 |
날짜 : | 2010-05-10 |
연주영(웨체스터 씨드 학원 원장)
뉴욕의 공립학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 각종 영어 학력 시험 (English Standardized Tests)들이 있습니다. 이 시험 점수들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와 어너(Honors)반에 들어갈 때 사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 학력 시험들에 공통적으로 자주 나오는 소재 중 하나가 시(詩)입니다.시는 시험에 자주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가장 생소하다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보통 공립학교에서 시에 대하여 공부하는 시간은 일 년에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한 집에서도 평소에 시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보충 할 수 있는 방법은 시를 함께 읽어 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시의 제목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질문하며 주제를 찾게 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시에다 다른 제목을 만들어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의 시각을 전달하며,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남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합니다.요즘에는 한쪽 페이지에는 시가 있고 그 옆 페이지에는 시를 설명해 주는 그림이 있는 책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저학년일 경우에는 추상적인 글을 그림으로 설명해주면 이해력이 향상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어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심할 점은, 그림을 먼저 보게 되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를 먼저 읽고 자신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책의 그림을 보여주고 두 그림의 같은 점, 다른 점을 비교해보는 것은 아주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시를 쓰기 시작하면 창의력이 생깁니다. 학교에서도 일본의 ‘하이쿠’나 다양한 종류의 시를 가르쳐 줍니다. 다만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억을 못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를 부모님께서 미리 알아두셨다가 집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5월이 되면 많은 곳에서 시 낭송 행사를 합니다. 학교에서는 'Arts and Poetry Festival'을 열기도 하고, 가까운 도서관이나, 또는 반스 앤드 노블(Barnes & Nobles) 같은 책방에서도 계절에 맞추어 아이들의 정서를 키워주기 위하여 시를 함께 읽는 시간을 갖습니다. 예를들어, 6월 30일까지 브롱스 식물원( Bronx Botanical Garden)에서 열리고 있는 「에밀리 디킨슨의 정원(Emily Dickenson's Garden: The Poetry of Flowers)」 행사에 자녀와 함께 참여하여 시를 감상하면서 정원을 돌아본다면 그야 말로 "산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교육은 이런 것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부모님들이 이런 식으로 자녀를 보강시켜서 학교 공부를 복습 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어머님들께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제가 영어가 부족해서 지도를 못하겠습니다."입니다. 물론 영어가 부족하면 영문 시를 해석하고 아이와 함께 토론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글로 해도 됩니다. 상상력이나 표현력은 영어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용어들은 영어로 모르지만 원리는 같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글로 이해를 해도 학교에서 영어로 배울 적에 충분히 지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많은 한인 학생들은 미술이나 음악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감성과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에는 반드시 주제(theme)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여 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시험을 ‘English Language Arts’ 라고 하여 ART라는 말이 들어있는 이유는, 영어공부가 글로서 표현하고 전달하는 공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녀들에게 시(詩)가 생소한 장르가 아님을 인식시켜주고 지도해주면, 공부만 아니라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