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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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도용 사기 기승
플러싱에서 공립학교 교사를 지내고 있는 이모씨는 지난 23일 갑자기 수 십 명의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깜짝 놀랐다. 한결같이 ‘스페인에서 돈을 잃어버렸는지 여부를 묻기 위해 연락했다’는 것이었다. 전화 행렬은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자초지종을 따져보니 누군가 이씨의 e-메일을 해킹해 그의 메일 연락처에 있던 150여명에게 ‘스페인에 여행을 갔다가 돈을 몽땅 잃어버려 당장 현금이 필요하니 급히 돈을 보내달라’는 메일을 보냈던 것.
한 지인은 곧바로 도와줄 방법을 답장 보내가며 물었고 이에 해커가 은행계좌번호를 가르쳐줘 무려 3000달러를 이 계좌로 송금하기까지 했다. 뒤늦게 이씨와 연락이 된 지인은 가까스로 송금을 취소해 피해를 모면했다.
이씨는 2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메일은 영어로 왔는데 한국에 있는 동생이 한글로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답장 메일을 보냈더니 곧바로 영어로 알려준 계좌로 송금하면 된다는 답신이 왔다고 해서 범인이 한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아는 사람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해 설마 했는데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 당황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씨처럼 e-메일 사기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어 한인들이 e-메일을 사용할 때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슷한 수법으로 받은 e-메일 때문에 직접 돈을 보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는 것. 대부분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몰래 e-메일 비밀번호를 엿본다든지, 메일 서비스 회사의 고객서비스 센터를 가장해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형사 전문 김사일 변호사는 “남의 e-메일을 도용하는 것은 절도며 사기”라며 “평소 자신이 아는 사람이 보내던 메일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관련 피해를 당했을 경우 인터넷범죄피해센터(http://www.ic3.gov/default.aspx)에 신고하면 된다.
강이종행 기자